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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ESIS SE 23_이영호: 맞-닿은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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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이영호 (Lee Young Ho)
분류 : 개인전 장르 : 서양화
전시기간 : 2025.09.24 ~ 2025.12.07

전시 개요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이영호의 개인전 「MIMESIS SE 23: 맞-닿은 자리 Where Traces Meet」를 개최한다. 이영호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상이 현존하는 방식을 탐구해 왔다. 작가는 관찰한 존재가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변모하는 현상 속에 있다고 보고 대상의 주변부에서 생성과 탈각의 흔적을 포착한다. 그의 작업 방식은 조리개를 활짝 열고 셔터 속도를 늦춰 피사체의 미묘한 흔적까지 기록하는 촬영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주변의 사소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본질을 고스란히 기억하기 위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작업 초기에는 세포처럼 미시적이고 드러나지 않는 경계의 이면에 시선을 두었으며, 점차 피부나 껍질과 같은 경계의 표면으로 시야를 확장해 나갔다. 이번 전시는 최근작에서 초기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을 통해 작가가 대상의 흔적을 탐구해 온 여정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전시의 제목 <맞-닿은 자리>는 일상의 평범한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려는 이영호의 포용적 태도를 함축한다. 작가의 작업은 자신과 사물의 시선이 마주하고 닿았던 순간으로부터 출발한다. 서로가 바라보고 보이는 관계에서는 주체의 입장에서 상대를 객체로 단정 짓지 않고 스스로와 동등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맞-닿음>은 무심코 지나치는 것과 마주 봄이 이루어진 찰나를 내포하며, 시선의 접촉을 촉각적으로 드러낸다. 작가의 시선이 머문 곳은 흔적이 쌓인 공간이자 시간이 축적된 <자리>다.

이영호는 현대 사회에서 이분법적으로 구분될 수 없는 다양한 영역과 다름을 끌어안으며 유연한 경계에 관심을 가져왔다. 작업 초기에 작가는 대상의 드러나지 않는 내부를 응시했다.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를 직접 관찰하고 화면에 옮긴 것이 한 예다. 그의 작품 속 자가 세포는 다른 것에 종속되지 않고 그 자체로 성립하는 한편, 다른 세포와 존재를 맺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그는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Interprète」(2018)에서 낮과 밤이 교차하는 찰나, 수평선 근처에서 드물게 관측되는 녹색 광선을 소재로 삼아 서로 다른 세계가 맞닿은 순간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후 작가의 관심은 안과 밖, 사물의 표면으로 확장되었다. 이는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Interprète」 연작 중 자신 주변의 장소를 바탕으로 한 작품에서 구체화된다. 백령도의 북방 한계선 부근,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갯벌, 눈으로 뒤덮인 자연 등 그 주변에서 발견되는 사물의 껍질과 표층에 그의 시선이 맺힌다. 작가는 인간 중심적 시선으로 대상을 재단하지 않고, 다양한 식생이 뒤섞이고 오랜 시간 축적과 침식을 거듭한 자연의 흔적을 응축했다.

아울러 「섬성 Islandness」(2022)에서 작가는 일상 속 인공 구조물에서 나타난 현상을 채집했다. 버스 정류장의 유리 지붕에 고인 빗물과 증발 후 남은 침전물이 작품의 모티프가 되었다. 생태계를 이루는 작은 섬처럼 보이는 화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흰 바탕에 불규칙하게 찍힌 점들의 집합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람자는 작가가 새긴 흔적을 단일한 이미지가 아닌 시간과 생태 흐름이 어우러진 장면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영호의 작품에는 재료적 측면에서도 존재가 형성되고 소멸하는 본질적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는 평면처럼 보이는 화면에 <지지체>를 구축한다. 장지에 아교와 호분, 돌가루가 반복적으로 칠해지고 건조되며, 그 위에 목탄이 쌓이고 먹이 침투되는 방식이다. 자연 재료가 켜켜이 지층을 축적하면서 지지체 사이에 공기가 순환하고 호흡하는 구조를 갖게 되고, 동시에 불에 타 생을 다한 나무는 작업의 재료가 되어 생명 순환의 과정을 이어 간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흔적을 물질로 환원한 것과 같다. 목탄이 남긴 미세한 입자와 파편까지 화면의 일부로 수용하는 이영호의 태도는, 그가 세계를 관계와 과정의 장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완결된 하나의 형상이 아니라 불확실한 대상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며 지속하는 힘을 갖는지, <우리>가 살아 움직이는 현장을 보여 준다.

– 최연/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
* ‘MIMESIS SE’는 ‘MIMESIS Solo Exhibition’의 약자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열리는 23번째 개인전임을 뜻합니다.

전시 작품

  •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Interprète

    감춰진 것을 드러내는 Interprète

  • 포도나무 가지 sarment de vigne

    포도나무 가지 sarment de vigne

  • 섬성 Islandness

    섬성 Islan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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